바베스(babes)원충 감염에 의한 질병.
바베스열원충은 숙주의 체내 중 주로 적혈구에 기생하는 다형성(多形性)의 원충이다. 전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지만 주로 아열대 및 열대지역에서 발생한다. 100여 종의 바베스원충 중 사람에게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바베스 미크로티(B. microti)와 바베스 디버젠스(B. divergence)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지만 유럽 경우에는 주로 비장적출술을 받은 환자에게 바베스 디버젠스에 의한 감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바베스 미크로티에 의한 감염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비장적출술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이 질병이 어느 정도로 발생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효과적인 예방접종도 없다. 한국에서는 법정전염병 제4군으로 분류, 지정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숙주는 진드기 중 사슴의 진드기로 알려져 있다. 진드기에 감염된 설치류·가축·야생동물로부터 감염되거나 우연한 기회에 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사람은 종말숙주로 감염된 사람을 문 진드기에 의해 다른 사람이 감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수혈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증세가 나타나지 않은 감염자도 12개월까지는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된 후 잠복기 1~4주가 경과하면 피로, 식욕감퇴, 두통, 고열, 오한, 근육통, 발한, 간비종대, 용혈성 빈혈 등 증세가 나타난다. 대부분 이러한 증세는 수주간 지속한다. 면역억제 환자,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노약자 등 경우에는 증세가 매우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으며, 특히 바베스 디버젠스에 감염된 경우에는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환자나 접촉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대증요법만으로도 증세가 나아지며,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과 퀴닌(quinine)의 병합요법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고농도의 기생충혈증이 있는 환자 경우에는 수혈을 통해 혈액을 교환해 주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이 질병 유행지에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특히 비장적출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더 위중한 경과가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